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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보에서의 첫날이다. 콜롬보 C1 포트 호스텔이라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곳에 묵었다. 퀸룸.
모기 한마리가 돌아다녀서 모기약을 여기저기 뿌리다가 포기하고 잤다.
전 날 공항에서 픽미로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까지 들어오면서 ‘이 나라….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호스텔 문 밖을 나가기를 주저했다. 픽 미 어플로 잡은 기사의 차번호판이 달라서 당황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인도식 억양의 영어발음은 들어도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멘붕 올 뻔했다. 가뜩이나 영어 손 놓은 지 한참 됐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기사양반과 스몰토크를 하며 출발했다.
5분가량 지났을까, 기사는 “팁 준비했지?” 그래서 내가 음 그래 픽미어플에도 팁을 주든 말든 초이스라고 되어있길래 “10% 줄께“라고 했더니 ”아니아니, 20% 줘. 요금은 다 픽미에서 가져간다고. 나한테 남는 게 없어“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어서 ”20%? 그럼 3400루피의 20%가 얼마야…헐 너무 비싸. 나 돈없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럼 그냥 내릴래 여기서?“라고 말하더군. 이미 공항을 조금 벗어난 곳이라서 두려움이 좀 올라왔고, 말투는 사근사근, 친절하고 부드러웠기에 그냥 ”아니 안내릴래“라고 말했다. 아 이 자식들은 관광객들 돈을 어떻게든 뜯어내려고 아주 난리구만. 속으로 생각하며 팁을 어떻게 깎아볼까를 택시 안에서 궁리하였다.
40분 정도 가량 차를 타고 가면서 온갖 이야기를 했다. 나름 또 기사는 친절하게 이런저런 질문과 대답을 해주며 스리랑카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나도 뭐 재미는 있었다. 껄껄.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이름이 무하메드였던 기사는 자기가 결혼했으며 이슬람 사원에 금요일마다 예배하러 간다고 했다. 페타마켓을 지나가다가 본 불긋불긋한 모스크 사원을 구경하라며 천천히 차를 몰던 모하메드. 이곳에 예배하러 온다고 했다. 깜깜한 밤에 도로에 지나다니는 온갖 툭툭이들과 30년 넘은 듯한 버스들, 그리고 차들이 차선도 없이, 신호등도 거의 없이 자기들만의 룰을 지키며 혼잡함 가운데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내겐 너무나도 이국적이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이국적인 풍경이 내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뭐랄까, 그냥 단순히 못 산다고 말하기엔 어렵고, 골동품이라고 하기엔 낡은, 어떤 건물은 유럽풍의 앤틱 한 분위기를 풍겼고, 어떤 건물은 짓다 말았는데 페인트칠이 다 벗겨지고 창문이 없는 가운데 천막 같은 게 쳐져있어서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아주 아주 낡은 창고 같은 허름한 가게 앞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를 부지런히 하고 있었다. 청소를 하든, 물건을 옮기든, 아주 바빠 보였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 기사에게 믹스커피 두봉과(아내가 다 먹을 것 같단다) 요금과 팁을 현금으로 줬다. 내가 제대로 계산했는지 뒤늦게 너무 혼란스럽긴 했는데 달라는 팁에서 반을 깎아서 줬다. 그 사람이 고맙단다. 최대한 친절하게 대화를 하는 가운데 내가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물었더니 고맙단다. 짐을 챙겨서 숙소에 들어온 후 긴장했던 마음이 좀 풀렸다. 기사에게 제대로 돈을 준건지 아닌 건지 너무 혼란스러웠다ㅋㅋ 인도식 영어 알아들으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어떻게든 호구 잡히지 않으려고 머리 쓰면서 루피랑 달러, 달러랑 원화를 계산하느라 아주 머릿속이 혼란 가득이었다. 동시에 창 밖 콜롬보 풍경 감상하느라고 아주…. 그래서 숙소에 들어와서 좀 마음이 안 좋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나이를 헛먹진 않았는지 스스로 잘 다독여주었다. ‘나 배낭여행 이렇게 떠나온 건, 그것도 혼자 떠나온 건 처음이잖아. 처음이니까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지. 경험해 보자. 호구당하든 뭘 하든, 부딪혀보자. 경험하다 보면 나아질 거야 ‘라고 생각하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널고, 친구와 아버지에게 연락을 한 후 꿀잠을 잤다. 삐그덕거리는 침대매트리스였지만 정말 푹 잘 자고 일어났다.
24일 아침, 스리랑카 시각으로 6시에 일어난 나는(한국 시간으로는 9시) 빨리 밖에 나가서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세수를 하고 옷을 입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짐을 정리하고 챙기는 것도 요령이 필요한 거구나란 생각이 들은 게.... 2시간 걸렸다. 뭘 했다고 두 시간이나 걸리냐? 그냥 뭐가 있고, 뭐를 담아야 하고, 뭐를 밖에 나갈 때 가지고 나가야 하는지 등등을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이 정도 시간이 걸리더라. 나는 이렇게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이구나 싶기도 했다. 여럿이 갈 때는 누군가한테 맞춰주면서 가는 편인데 혼자 와보니 어떤 상황을 생각하고, 그 상황에 맞게 대비하고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해야 되는구나를 깨달아가면서 준비한 것 같다. 7시 50분에 외출 준비를 마치고 리셉션으로 가서 가이드에게 아침 식사로 적합한 장소를 물어보았다. 나가서 좌측으로 꺾어서 조금만 간 후 우측으로 가다가 다시 우측으로 가면 간판들이 보일 거라고. 그리고 툭툭이는 타지 말라고. 설명하더라.....ㅠㅠ 1층에 밀크티도 마실 수 있으니 다녀와서 마시라고 했다. 친절했다. 고맙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섰는데~! 풍경이….. 분위기가…… 말도 못 하게 이국적이었다.

지나다니는 모든 스리랑카인들은 피부가 새카맸다. 시커먼게 아니라 새카맸다. 잿빛색에 가까운 피부색이었다. 숙소가 콜롬보 포트라는 좋은 동네에 있었기 때문인지 지나다니는 스시랑카 직장인들은 모두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새카맣고 옷은 깔끔하고 세련되게 입고 지나다니는데 동네 건물은 엔틱하면서도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참 희한한 이 동네 분위기에 정신이 팔려서 엄청나게 두리번거리고, 사진 찍으며 돌아다녔다. 그런 내 넋나간 모습을 본 어떤 행인이 내게 어디가냐고 물었다. "응 나 아침먹으러 갈거야. 안녕~" 이러며 걸어갔다. 이 행인 아저씨는 계속 나를 쫓아왔다. 여기 처음 왔냐, 어디 나라 사람이냐, 스리랑카 어디 구경할거냐구경할 거냐, 몇일동안 여행할거냐 등등 게속 줄기차게 물어보며 따라오더라. '이 아저씨 이상한 사람이군' 생각하며 계속 걸어가다가 그 음식점에 들어갈 생각은 안하고 이 멋진 풍경을 계속 봐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내게 템플에 간 적 있냐고 하더라. 없다고 하니까 그럼 템플 보러 갈래? 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그 템플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가깝댄다. 걸어서 가면 된다고. 그래서 약간 망설였다. 이 새끼 분명 이상한 놈일텐데 따라가줄까 말까 하다가, 엣다 모르겠다 그냥 듣는 척 하고 조금 더 걸어가보자 생각하며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걷기 시작했는데, 이 사람이 스리랑카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많이 해줘서 재미있었다. 게다가 스리랑카인이랑 같이 걸어가면서 대화하는 이 시간이 너무 이색적이기도 했다. 물론 그런 나와 이 아저씨를 바라보던 다른 스리랑카 직장인들. ㅋㅋ (아마도 이 아저씨의 꼼수를 자기들은 알고 있었겠지) 이 아저씨는 내가 왜 자꾸 따라오냐고 물어보니까 자긴 그냥 템플가서 기도할거란다. 자긴 포트 호텔에서 근무한다며 나한테 205호실 카드도 보여줬다. 여기 청소하는 직원이라고 말하더라. 음… 저 카드는 어디서 주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