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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다가 배가 고파져서 '배고픈데 혹시 아는 식당 있냐'라고 물어봤더니, 걱정 말란다. '가는 길에 있다 로컬 식당이다' 따라오라고. 그래서 오 그래? 하며 신나서 따라갔다. 콜롬보 기차역 뒤편 어딘가를 지나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서 살짝 내리막길 왼쪽 편에 있는 아주 허름한 식당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전부 다 직장인들 같았다. 건물 경비원, 회사원, 툭툭기사, 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아주 조용히 들어와서 이것저것 시키고는 포장해서 갔다. 신기한 건 다들 참 조용하고 온건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 말소리도 안 크고 다들 핸드폰도 안 보고 말이다. 고요하면서도 평온한 출근 시간에 들러 음식 포장하는 스리랑카 직장인들의 분위기를 느꼈다.

'이게 맛있고 저것도 맛있고 저건 아주 스파이시해. 너 스파이시한 거 잘 먹니.' 라고 하길래 좋아한다고 했다. 샬라샬라 하는데 못 알아듣겠더라. 그냥 사람들이 많이 시키는 걸로 이 아저씨가 시켜줬다. 뒤늦게 찾아보니 내가 먹은 건 스트링 호퍼였다. 역시 지피티는 모르게 없었다. 내가 먹은 사진을 보여주니, 이 음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얇은 쌀국수처럼 생긴 흰색 면발 덩어리인 스트링 호퍼이며 이건 쌀가루 반죽을 얇게 눌러 찐 음식으로,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주황빛 코코넛 가루는 코코넛 삼볼이며 간 코코넛에 고추, 양파, 라임, 소금 등을 썩어 만든 매콤한 반찬. 사이드 디시라고 할 수 있다. 노란색 카레는 감자 카레인데 이 모든 것들을 오른손으로 떠먹었다. 스리랑카의 전통 아침식사라고 하는데 호퍼 1개당 99루피였다. 난 2개를 200루피에 먹었다. 단 돈 천 원이었다. 다 먹고 스리랑카 블랙티도 한잔 마셨다. 따끈따끈했다. 여기서 먹은 스트링 호퍼의 맛을 잊을 수가없다. 이 아저씨 괜찮은데? 싶어서 뭐가 더 믿어버리기 시작했다 하….
내가 먹는 걸 옆에 앉아 보면서 얼마나 뚫어져라 보던지, 맛있냐고 묻고, 손 씻을 곳도 알려주고, 뭐가 그 눈빛이 내겐 어떤 느낌이었냐면, ”하… 맛있겠다. 나도 나중에 얘한테 삥 뜯어서 사 먹어야지. “ 뭐 이런 느낌? 내가 사주겠다고 해도 한사코 거절하던 아저씨. 왜냐면, 나한테 뭔갈 받으면 자기 양심에 찔렸을 테니까. 거리두기 하는 거였구먼 이란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됨.

식사를 하고나서 빨리 템플 가서 자기는 기도해야 된다며 서두르란다. 나도 같이 서둘렀다. 가더니 갑자기 툭툭을 잡았다. 타란다. 뭐야 걸어서 금방이라더니 툭툭을 타네? 싶었으나 그냥 탔다. 템플에 도착했다. 인도식 영어로 나에게 가기 전에 이 템플 오늘만 무료라고 하더니만 돈을 내란다. 150루피였다. 그렇게 비싸진 않네라고 생각하며 그냥 내고, 신발을 벗었다. 템플에 들어가서 온갖 부처상을 보며 나도 이 사람들처럼 흉내를 내보고자 인사도 좀 하고, 사진도 찍고,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그랬다. 이것저것 설명을 그래도 잘해주더라. 재미있게 듣고 나와서 아까 기다리던 그 툭툭이를 다시 탔다. 나는 왠지 내가 빨리 돌아가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얘네들이 날 계속 붙잡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 9시까지는 숙소에 들어가야 한다. 왜냐면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알겠다며 가잔다. 근데 난 좀 아쉬워서 근데 중간에 어디 한 군데만 들렀다가 가는 건 어때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가 그럼 힌두사원 들렀다가 가면 되겠다고 한다. 툭툭이 기사에게 싱할라어로 뭐라 뭐라 이야기를 한다. 툭툭이 기사는 급 미친 듯이 운전하기 시작했다. 곡예에 가까운 운전 끝에 사원에 도착해서 사진 몇 장 후다닥 찍었다. 지붕에 뭔가 장식물이 많이 달렸는데 나한테 좀 징그러워 보였고, 사원에서 조용히 기도하거나 밖에 나오는 단정하게 입은 스리랑카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보였다.

난 이들이 분명 흥정을 할거라 생각하고 미리 선물로 마음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도착 직전에 믹스커피를 각자 한 봉씩 주었다. 처음에 이 아저씨는 이걸 거부하다가 내가 계속 강권하자 받아 들더라. 그리고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툭툭기사는 영어한마디 못하는 줄 알았다가 날 보더니 7000루피를 내란다. ㅋㅋ 내가 엄청 놀라는 척하면서 ”뭐라고? 칠천 루피? 너무 비싸다 말도 안 된다. 30분밖에 안 탔는데 7000루피가 말이 되냐고요. 아저씨, 진짜 저 그냥 배낭여행객이에요. 돈 없어요. 깎아주세요 “라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는 아니다 중간에 기다리기도 했고, 여기저기 구경시켜주지 않았느냐. 그 정도는 받아야 된다고. 그래서 아니라고 나 그 정도 돈 없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천 루피다 (지피티한테 물어봤더니 1000에서 2000이면 적당하다고) 그랬더니 이 아저씨는 말도 안 된다고. 그래서 내가 진짜 못준다. 나 이제 오늘 첫날인데 앞으로 스리랑카 여행하면서 돈 써야 한다. 오늘 칠천 루피 너한테 주면 나 여행 어떻게 하냐고. 안 되는 영어 해가면서 말했다 ㅋㅋㅋ 그랬더니 이 사람이 그럼 5천 루피로 깎아주겠단다. 그래서 하 오천루피도 너무 비싸다. 나 공항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2500루피 들었다(사실 팁까지 해서 4100루피). 아저씨는 그냥 콜롬보 두어 군데 다녀온 게 다지 않냐? 너무 비싸다. 나 못준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 것 같음. 그랬더니 이 옆에 있던 아저씨가 너 시간 없다고 지금 빨리 기차 타러 가야 되는데 실랑이하지 말고 줘라. 이렇게 말하더라. 나 시간 없는 거는 생각해 주네? ㅋㅋ 그러면서 안된다. 나 이돈 못 낸다. 그랬더니 툭툭 기사가 그럼 4천 루피다. 더 이상은 못 깎는다. 이러더라.

그래서 내가 알았다. 그럼 나도 2000루피 주겠다. 진짜 너무한다. 아저씨들 진짜 나쁜 사람들이군요. 막 이렇게 말했다. 옆에 있던 아저씨는 너 기차타야하니까 그냥 툭툭 기사가 부르는 대로 빨리 주고 내려라 이 말만 하더라. 그리고 눈빛은 뭐랄까…ㅋㅋ 날 쳐다보던 그때의 눈빛은 ”하 불쌍하지만 난 돈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어. 너한테는 조금 미안하고 나도 좀 양심이 찔리긴 하는데. 어쩔 수 없어. 우린 돈 벌어먹고살아야 해 “뭐 이런 느낌. 그래서 난 이 아저씨를 바라보며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내 눈빛을 외면하더군 ㅋㅋ 아무튼 실랑이를 하다가 나는 알았다 알았다. 그럼 500루피 더 얹어주겠다고. 그랬다. 툭툭기사는 안된다 4천 루피 달라 이런 식으로 하다가….. 옆에 있던 이 아저씨가 그냥 그만해라 이제 보내주자고 말하는 것 같더구먼. 그래서 다행히 2500루피를 주고 내릴 수 있었다. 툭툭을 혼자 못 내리게 이 아저씨가 뚫린 공간에 앉아있어서 내가 튈 수가 없었다.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제 난 내렸고, 나랑 같이 내린 이 걸어가던 행인꾼 아저씨에게 이게 뭐냐고, 저 아저씨 너무 나쁜데 왜 넌 한마디도 안 했냐 이렇게 말했다. 이 아저씨는 자기한테 줄 거 없냐고 약간 멍한 눈빛으로 말하더라. 멍한 눈빛. 뭔가 매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속으론 양심의 가책 느끼는 것 같은 눈빛으로 읽혔다
그래서 내가 사실 당신에겐 돈을 좀 줄 생각이었다. 저렴한 밥집도 알려주고, 이것저것 잘 알려줘서 (딸이 둘이란다. 뻥일지도) 근데 저 툭툭기사한테 내가 당할동안 네가 한마디도 안 했기 때문에 너한테는 이것밖에 못 주겠다 하면서 2천 루피를 줬다. 받아 들더니, 알았다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랑 저 툭툭기사 쏘 베드펄슨!이라고 큰소리치고 돌아섰다. 그랬더니 멀리서 듣던 툭툭기사가 뭐라고~!? 이러는 게 언뜻 들림. 아휴.
난 숙소에 들어와서 내가 당한 이 정황을 리셉션가이드에게 말했다. 가이드는 내가 뭐랬냐… 고 ㅋㅋ 그래서 투덜투덜 변명하며 내가 지금 이만큼 깎아서 냈는데 이 정도면 어떤 거냐고 그랬더니, 음 그 정도면 그래도 나쁜 건 아니야.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적당히 낸 것 같다고. 그러더라. 위로인지 거짓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안심이 되었다.

원래 아침식사를 하고 들어오면 툭툭이를 호스텔에서 불러줘서 2시간 투어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툭툭이를 타버리고 당해버렸네… ㅋㅋ 하지만 재미는 있었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갈레 가기 전에 툭툭 투어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 툭툭 기사를 소개받았고, 이 동생(35살이란다. 미혼)과 함께 갈레페이스 그린, 페타마켓, 국립박물관, 모스크, 수상사원 등을 돌아보았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내 사진도 찍어주고,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줬다. 매우 즐겁고 재미났다. 나보고 결혼했냐고 물어봐서 결혼했다고 했다 ㅋㅋ 남편은 어디있네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고 뻥침. 박물관까지 같이 들어와서 이러저러한 그림들에 대해 설명도 해줬고, 주유소에 들어가서 기름도 넣는 거 구경함!
